함성소식 | <중앙쟁대위 15호> 사측은 교섭 작전을 '사기치는 것'으로 바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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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2-07-12 09:19 조회11,145회 댓글0건본문
어제(7월 11일) 상집, 대의원, 선봉대 등 500여명의 동지들의 함성 속에서, 15차 본교섭이 개최되었다. 14차 본교섭이 결렬되면서, 위원장 동지는 분명 사측에게 '변화된 제시안'이 있을 시 교섭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측의 교섭 요청에 따라 15차 본교섭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사측의 태도는 "변화된 안은 있는데, 노동조합이 먼저 양보안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교섭위원 동지들은 사측의 태도가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사측이 수정 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다. 정회가 이루어지고 회의를 속개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답변은 문서로는 제출할 수 있는 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위원장 동지는 "지난 번 제시안에 대한 사측의 변화된 안이 없다. 오늘 더 이상 교섭의 의미는 없다"고 전제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하였다.
어제 본조 및 전체 지부 상집 간부와 대의원, 지회장, 선봉대 및 실천단 동지 500여명이 화성지부에 집결하였다. 이것은 지난 쟁대위 회의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임단투의 최선봉에 설 동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합노조의 실질적인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하나됨을 이루어내고, 교섭위원 동지들에게 투쟁의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교섭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측은 여전히 '고객의 분노', 환율, 대당 얼마 손실까지 이야기하며, 노동조합의 양보를 요구하고, 책임을 노동조합에게 전가하려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오히려 노동조합 교섭위원 동지들의 항의와 분노만을 쌓게 되었다. 노동조합 교섭위원은 "조합원은 회사의 단순한 생산도구가 아니다. 하나의 주체로서 책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합의 조항이나 동수 등 노동조합 요구안은 당연한 것"라는 것과 "지난번 회사안은 알맹이를 다 비껴가고 현행유지 수준이나 심지어는 퇴보의 여지가 있는 안을 내놓았는데, 사측이 당연히 먼저 수정 제시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발언들이 이어졌고, 사측은 논리적으로 딸리니까 오히려 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사측은 지금 말그대로 교섭위원뿐만 아니라, 전체 2만2천 조합원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어제 본교섭이 결렬되었지만, 사측이 대폭적인 수정 제시안을 내놓는다는 약속과 함께 16차 본교섭이 열린다. 만약 또다시 사측이 노동조합과 2만2천 조합원 동지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면, 앞에서 경고한대로 노동조합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
사측은 지금 현재 02 임단투를 단순히 돈문제로 몰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단협을 묻으버리려는 기도를 중단하라! 또한 겉으로는 조급한 척 하면서, 오히려 교섭을 시간 벌기 수순 정도로 생각하면서, 노동조합의 투쟁을 잠재우기에만 연연한다면, 더 이상의 다른 길이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일시 : 7월 12일. 20:00(시간은 교섭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장소 : 소하 교육장
● 금일(7월 12일) 지침 ●
- 4시간 부분파업 (주, 야). 금일 퇴근지침 없음.
기아 노조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현대자본(사측)과 보수언론들이 한 통속이 되어 서서히 여론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 홈페이지 열린마당을 통해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고객을 볼모로 한 투쟁'이니 '배부른 노동자의 땡깡'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지난 지하철 투쟁 때, '시민의 발을 볼모로한 투쟁'이니, 민주노총 총력투쟁 때 '이 가뭄에 왠 파업? 이 물난리에 왠 파업?'이라는 식의 논리와 다를 바 없는 투쟁자체를 죽이기 위한 여론조작에 불과하다.
어느 때부터인가 '고객을 볼모로'라는 신종어가 생겼다. 노동자들의 투쟁 때마다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그들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현실을 호도하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그리고 파업권을 부정하는 악의적인 발상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앞 뒤 순서를 제대로 보자.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생존을 조금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자본에게 요구하는 쪽이고, 자본은 그 요구를 수용하는 쪽이다. 먼저 따져볼 것은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얼마만큼 절박하고 정당한 것인가다. 그 요구안의 정당성과 절박함을 인정한다면, 실질적인 책임은 그 요구안을 들어주어야 하는 자본(사측)에 있는 것이다.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많은 부분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구에는 공감을 하는데, 눈치가 보여.. 상황이 아직.." 등. 그것은 사측 스스로가 노동조합 요구안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은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답은 뻔하게 나온다. 바로 지금 고객을 볼모로 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 자본(사측)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객'은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고객이 노동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책임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한 쪽은 만들고, 다른 한 쪽은 필요와 기호 등에 따라 선택을 하는 위치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봐도, '노동조합의 투쟁'과 '고객을 볼모로'라는 것은 서로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 중의 또 한 가지가 02 임단투를 마치 돈을 가지고 줄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우리에게 있어 임금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단순히 피와 땀에 대한 대가를 넘어 생존과 생활이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마저도 마치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다는 식(실재로는 전혀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으로 말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노동자는 그냥 소처럼 살아라는 말 밖에 안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문제는 7대 핵심요구안 중 6가지가 되는 단체협약 요구안에 있다. 그 핵심요구안을 보라.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 비정규직 철폐의 문제, 고용관련 합의 조항 문제, 유니언샵의 문제, 징계위 노사 동수의 문제, 건강권 쟁취의 문제. 그 요구안 중에 어느 것 하나 정당하고 절박하지 않은 요구가 있는가? 그리고 단언하건데 지금 우리가 요구하는 단체협약은 2만2천 기아조합원의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분명 '생존'의 문제를 가지고 정당한 투쟁을 하고 있다. 고객의 '불편함' 또한 중요한 문제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편함'이 '생존'까지 짓밟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은 아니다. 상대방이 생존의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한다면, 개인의'불편함'정도는 잠시 감수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인 그리고 양심적인 태도 아니겠는가?
자본과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고객'은 결국 이윤의 논리, 즉 '이윤을 위해서'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고객'을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중단되어야 한다면, 결국 그들 스스로 '이윤의 논리'와 '노동자의 권리'가 함께 할 수 없음을 시인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지금 2만2천의 이름을 걸고,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2만 2천이 똘똘뭉쳐 처음 결의한 그 마음 그대로, 핵심요구안 쟁취할 때까지 끈질기고 강고하게 한번 붙어보자. 그리고 중앙쟁대위 지침에 따라 한치의 흔들림 없는 투쟁을 전개하자. '02 임단투 승리를 2만2천의 힘으로 당당하게 안아오자. 그것만이 자본과 보수언론의 여론조작과 현장흔들기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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